2007년 6월 15일 금요일

오픈마켓, 오픈상술…온라인 시장의 판매작전

오픈마켓, 오픈상술…온라인 시장의 판매작전


한 오픈마켓(open market)에서 패션의류와 소품을 판매하고 있는 L씨. 부모, 친지 등의 협조를 받아 인터넷 접속 ID(Identification)를 20여개나 만들었다. 이 ID로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을 주문, 판매상품이 인기가 있는 것 처럼 ‘주문기록’을 높인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편리한 쇼핑시스템으로 각광받는 오픈마켓. 하지만 온갖 ‘작전’이 펼쳐지고 심지어는 불·탈법 상술이 판치고 있다. 이에 따라 재정경제부는 7월 1일부터 10회 이상 판매한 상품이나 ID당 200만원 이상 매출을 올린 경우 세금을 징수키로 했다. 업체들의 오픈마켓 시장경쟁과 소비자를 기만하는 판매사업자들의 상술속으로 들어가보자.


◆치열한 시장쟁탈전


국내 오픈마켓 시장규모는 2005년 3조, 2006년 5조원으로 급성장하면서 시장경쟁이 뜨겁다. 옥션의 경우 개설 5년만인 2005년 총거래액이 1조1천억원을 넘었을 정도다. 백화점의 경우 단일매장(롯데백화점 본점)이 1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20년이 걸렸고, TV홈쇼핑은 1조원 달성에 6년이 걸렸다. 반면 옥션의 1조원 돌파는‘4년11개월’만에 이뤄졌다.

선도업체인 옥션, G마켓을 시작으로 엠플, 동대문닷컴, GSe스토어, 다음온켓 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CJ를 비롯한 대기업들도 오픈마켓에 뛰어들고 있다.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서열부침도 심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옥션이 1위 자리를 굳게 지켰지만 최근들어 G마켓이 1위로 올라섰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G마켓은 개별사업자들이 사업자등록 없이도 영업할 수 있고 상품등록 비용을 받지 않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 판도를 바꾸었다는 것. 2위로 쳐진 옥션은 이를 의식, G마켓과 마찬가지로 사업자등록이 필요없고 상품등록 비용도 받지 않는 조건으로 변경, 선두탈환을 노리고 있다.



◆판매자들의 ‘작전’과 상술



A씨는 지난달 결혼을 앞두고 가전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온라인 가격비교 사이트를 찾았다. 오픈마켓 사이트에서 가장 싼 가격을 제시한 PDP TV 상품을 찾은 A씨는 상품 판매자 B씨의 상품을 구입했다. 현금 거래를 해야 카드 수수료만큼 싸게 판매하겠다는 요구에 현금을 계좌 이체한 A씨는 결혼 날짜가 다가와도 상품이 배송되지 않자 B씨에게 연락했지만 B씨는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이같은 사기 판매자들은 다른 사업자의 통신판매신고번호를 도용하거나 허위 사업자등록번호를 사이트에 표시한 뒤 ‘대포폰’이나 ‘대포계좌’를 이용하고 있어 추적도 쉽지 않다.



이같은 노골적인 사기판매뿐 아니라 오픈마켓에서는 다양한 속임수가 판친다. 판매자들이 쓰는 가장 흔한 속임수는 타인명의의 여러 ID를 이용한 가격조작. 주문건수를 올리는 방식으로 기록 구매량을 부풀릴 수 있어 가격조작이 가능하다는 것. 이때문에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에 제품을 살 수 밖에 없다.

또 지인을 동원해 허위로 구매 및 판매를 반복하게 해 판매자의 등급조작은 물론 구매만족도를 높여 실 구매자의 구입을 유도한다.



오픈마켓 판매업자들은 경쟁업체를 괴롭히기 위해 고발하거나 식파라치(식품+파파라치의 줄임말)를 동원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경쟁자의 상품을 의도적으로 대량 구입한 후 반품하기도 하고 상품을 고의로 훼손한 뒤 반품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악플(악성 답글)’로 경쟁 판매자를 깍아 내리는 것도 흔한 수법. 게시판에 ‘품질이 의심스럽다거나 가격이 너무 비싼 것이 아니냐’는 등의 글을 올려 구입을 방해한다.



이밖에도 경쟁업체 상품베끼기, 포토샵 작업을 통해 구매자를 현혹하는 것도 부지기수다. 포토샵 작업으로 등록상품 이미지를 가공하기 때문에 실제 상품과 다른 경우가 많다.



같은 상품도 가격을 다르게 판매하거나 일부 업자들은 값싼 외국산을 수입, 안전성이 검증안된 제품도 버젓이 판매하고 있다.



김영문 계명대 창업보육센터장은 “오픈마켓 상품판매자들이‘작전’하듯 불탈법 상거래를 많이 해 시장이 혼탁해지고 있다.”며 “온라인 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 건전한 창업윤리와 소비행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춘수 기자 zapper@msnet.co.kr



◇오픈마켓(Open Market)이란



개인 판매자들이 옥션, G마켓 등 사이버공간에 입점해 일정 수수료를 내고 자유롭게 상품을 판매하는 쇼핑몰 형태로 인터넷 오픈마켓플레이스(Internet OpenMarketplace)가 정식명칭. 판매자들은 큰 투자비용 없이 손쉽게 운영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장소와 시간애 구애받지 않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1998년 처음 등장한 후 지난해 매출이 5조원대, 판매업체는 20여만개로 추정된다. 오픈마켓은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모두 자발적으로 모여 거래하는 오프라인 상의 시장 개념을 온라인상으로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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